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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과 ‘뜨내기’가 공존하는 파리의 거리화가

기사승인 2016.12.03  11: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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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 언덕 위의 테트르 광장(Place du Tertre)에는 거리의 화가들이 많다. 파리에 살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을 때는 호객을 하는 화가나, 물건을 파는 사람들에게 거절할 줄을 몰라 쩔쩔 매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프랑스어로 “Non, merci! Bonne journée!: 아니요, 고마워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아주 깍듯이 인사를 한다. 그러면 ‘이곳에 사는 구나’ 싶어 붙잡지 않는다.

파리를 여행 할 때는 “Bonjour, Merci, Pardon(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이 세 단어를 말할 줄 알면 모든 수월해진다. 길을 물을 때, 물건이나 지하철 표를 살 때나 ‘안녕하세요’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기본 예의도 없는 무식한 사람으로 전락해, 친절 대신 퉁명함으로 응대 받게 된다. 이곳에서는 인사가 아주 중요하다.

처음 몽마르트 언덕에서 거리 화가를 만났을 때는 제대로 거절을 못하다보니 어찌나 끈덕지게 붙잡고 늘어지는지, 그 집요함에 질려 그가 내미는 접개 의자에 앉고 말았다. 술에 찌든 화가가 떨리는 손으로 쓱싹쓱싹 연필을 움직였다. 꼼짝 못하고 앉아 있는 내가 한심해 한숨을 쉬다가, 이왕 이렇게 된 거 밝은 얼굴이어야 그림이 잘나오겠다 싶어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자세 그대로 앉아있는 다는 것은 꽤 고역스런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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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는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야’라고 다짐할 때쯤 그림을 보여줬다. 아! 내 초상화라고 보여준 그림속의 나는 쌍꺼풀이 크게 진눈에 코는 오뚝한 서양인이었다. 서양인을 그리는 데 익숙해서 인가? 뜨내기손님으로 다시 오지 않을 사람이기에 자기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린 것인가? 다양한 추측을 하면서 뜨악한 얼굴로 그림을 보는데, 화가는 해맑은 웃음을 지으면서 예쁘다고 좋아했다. 돈을 주고는 일어서는데 사기당한 기분에 잠시 찜찜했다.

이렇게 그림을 못 그리는데 어떻게 몽마르트의 초상화 화가가 됐을까 싶어 주변에 물어보니, 거리의 화가 중에는 실력을 인정받아 합법적으로 돈을 버는 화가가 있고, 불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뜨내기 화가들로 나뉜다는 것이었다. 불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중에도 아주 잘 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가 만난 화가처럼 실력이 변변치 않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합법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예술가 협회(La maison d’artiste)에 등록하고, 세금을 내고 그림 심사에서 통과해야 거리의 화가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몽마르트 언덕의 화가들은 150명 정도인데 누군가 은퇴를 하면 신입이 들어온다. 그들은 초상화를 그려주거나 자신이 그린 그림을 팔아서 생계비를 번다.

1890년부터 1920년 사이 파리 시내에서 비싼 세를 내면서 살기 어려워진 가난한 화가들이, 언덕이라 값이 싼 몽마르트에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예술가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이 때 고흐, 피카소, 고갱, 로트렉 등의 화가들이 활동하면서 인상파, 상징파, 입체파 등의 발상지가 되기도 했다. 그러다 이곳도 세가 오르면서 예술가들이 몽파르나스로 옮겨갔는데, 1960년대부터는 상업적인 공간으로 예술가들이 다시 모여들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캐리커처부터 추상화까지 다양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이 몽마르트 언덕을 관광명소로 자리 잡도록 큰 역할을 한 것이다.

거리의 화가들은 몽마르트 언덕에서 뿐만 아니라 퐁피두센터 앞의 스트라빈스키광장(Place lgor stravinsky)을 비롯해 센 강의 강둑 위, 퐁 데자르 다리(Pont des Aarts:예술의 다리)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동유럽이나 아시아에서 온 화가들이 주를 이루며, 거리의 화가 자격증이 없지만 생계를 위해 그림을 그려 파는 사람들이다. 생존에 앞서는 법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들이 몰두하여 그림 그리는 모습, 하염없이 앉아 기다리는 모습, 모두 다 숭고하게 보인다.

불법도 합법도 팔레트의 물감들처럼 어울려져 포용하는 파리. 예술의 도시, 관용의 도시로 인정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조미진 mijin68@gmail.com

<저작권자 © 미디어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조미진 mijin68@gmail.com

실수쟁이로 삶에 서툴지만, 사람을 좋아하며 노마드처럼 살기를…이방인으로 사는 것을 사랑하며 바람이 부르는 대로 살려고 한다.
저서<프랑스에서 한국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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