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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다이어리5] 모히또에서 몰디브를? 쿠바의 술 이야기

기사승인 2016.12.05  16: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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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을 보면 요즘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사전 예고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힘을 쥔 자들의 ‘검은 커넥션’이 만들어낸 국기문란이라는 점에서 초록이 동색임은 틀림없다. 아니다. 어찌 보면 현실이 더 영화 같고 더 소설 같다. 하지만 내게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니는 영화가 ‘내부자들’이다. 영화에서 이병헌이 순진무구(?)한 얼굴로 뱉은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 한 잔”이라는 말은 두고두고 유행을 탔다. 그 유행어에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모히또 하면 몰디브를 떠올리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여러 가지의 칵테일. 맨 앞이 모히또.

하지만 칵테일 모히또(Mojito)의 고향은 누가 뭐래도 쿠바다. 그리고 쿠바와 몰디브는 꽤 멀리 떨어져 있다.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쿠바에 가면 모히또 한 잔쯤은 앞에 놓고 앉기 마련이다. 살사하면 쿠바를 떠올리듯, 모히또 역시 쿠바를 상징하는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캐나다나 유럽의 누군가는 순전히 모히또를 마시기 위해 쿠바를 찾기도 한다.

내가 처음 ‘원조 모히또’를 만난 것은 아바나의 레스토랑 겸 작은 바 'LA BODEGUITA DEL MEDIO’ 였다. 보통 ‘라 보데기타’라고 부르는데, 헤밍웨이의 추억이 짙게 배어 있는 장소다. 헤밍웨이는 이곳에서 자주 모히또를 마셨다고 한다. 누군가가 인사동 허름한 술집에 제 이름을 써놓듯, 헤밍웨이 역시 라 보데기타의 벽에 "My Mojito in la Bodeguita, My Daiquiri in el Floridita(내 모히또는 라 보데기타, 내 다이끼리는 엘 플로리디타)”라는 낙서를 남겼다.

발 디딜 틈 하나 없는 ‘LA BODEGUITA DEL MEDIO’의 실내

나는 헤밍웨이가 남긴 낙서를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다. 라 보데기타를 두 번이나 찾아갔지만 도저히 내부를 제대로 훑을 재간이 없었다. 그만큼 사람이 많았다. 올드 아바나를 헤매다 한적한 골목에 들어섰을 때, 딱 한 집만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을 보고 라 보데기타라는 것을 직감했다. 마치 각설이패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오일장마당 같았다. 간판으로 라 보데기타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 엄청난 인파를 뚫고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안이든 밖이든 콩나물시루처럼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유리창 너머로 넘겨다보이는 바텐더는 모히또를 만드느라 손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쉬지 않고 만들어댄다면 하루 1,000잔 이상은 우스울 것 같았다.

‘여기까지 와서 모히또 한 잔 못 마시고 갈 수는 없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돌아서면 서운할 것 같았다. 이럴 때 유용한 해결책은 군대에서 옆 내무반 관물대를 털면서 익힌 ‘침투’작전. 밀집대형을 하나씩 무너뜨리며 전진해서 무사히 모히또를 살 수 있었다. 모히또를 들고 나왔을 때는 온 몸에 땀이 흘렀다. 더운 날씨 탓만은 아니었다.

그렇게 확보한 모히또를 길바닥에 앉아서 찔끔찔끔 마셨다. 첫맛은 짜릿했다. 알코올 기운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다. 첫 모금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서 비로소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톡 쏘는 맛? 새콤달콤한 맛? 딱 꼬집어서 말하기 어려운 맛이었다. 그 설명하기 어려운 맛이 바로 모히또의 진정한 맛이었다. 한국에도 모히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선입감 때문인지 민트의 향이 다르기 때문인지 느낌 자체가 달랐다. 아무튼 길가에 주저앉아 마시는 모히또의 맛은 특별했다. 라면에 소주를 즐기던 이병헌도 홀딱 반할만한 맛이었다.

헤밍웨이가 자주 갔다는 바 ‘LA BODEGUITA DEL MEDIO’

쿠바의 대표적인 칵테일은 세 가지가 있다. 모히또 외에 다이끼리(Daiquiri)와 쿠바 리브레(Cuba Libre) 역시 유명하다. 모두 럼을 베이스로 한다. 다이끼리와 쿠바 리브레는 뒤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모히또에만 집중하자.

모히또에는 라임 장식까지 일곱 가지의 원료가 들어간다. 맨 먼저 라임주스에 설탕을 넣고 녹인 뒤 민트 잎을 넣고 적당한 향이 나오도록 부드럽게 찧는다. 민트는 예르바 부에나(Yerba Buena)라는 것을 여섯 장 쯤 넣는데 스피아민트(Spearmint)와 같은 향신료다. 한국에서 모히또를 만들 때는 페퍼민트나 애플민트를 주로 쓴다. 다음에 얼음, 화이트 럼, 소다수를 넣고 라임으로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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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이 잘 녹도록 젓고 스트로로 민트를 살짝 찧어서 한 모금 마시면 라임주스의 새콤함과 설탕의 달콤함에 감싸인 럼의 강한 맛이 느껴진다. 술을 잘 못 마시는 여성들도 쉽게 즐길 정도로 부드럽다. 그래서 금세 네댓 개의 빈 잔이 줄을 서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 역시 술! 일어날 때 비틀거리지 않으려면 적당히 마시도록 조심해야 한다. 한국의 ‘앉은뱅이 술’이라는 말이 슬그머니 연상되는 까닭이다. 맛에 대한 중독성도 은근히 강해서 모히또를 파는 곳을 지날 때는 입에 침이 고이고 저절로 걸음이 멈춰지기도 한다.

모히또의 재료가 되는 술은 럼이다. 럼은 옛날부터 선원들이 많이 마셨다. 그래서 뱃사람의 술이라거나 해적의 술이라고도 한다. 발효된 당밀이나 사탕수수의 즙을 증류해서 만드는데 카리브해의 서인도 제도, 바하마 제도에서 처음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에서 칵테일에 쓰는 럼은 아바나 클럽(Havana Club)이다. 원래는 바카디(Bacardi)를 썼다. 바카디는 지금도 증류주 중에서 세계 최대의 출하량을 자랑하는 빅 브랜드다. 스페인 이민자인 돈 파쿤도 바카디 마소가 1862년에 처음으로 만들어서 쿠바의 대표 럼으로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지만, 카스트로가 혁명에 성공한 뒤인 1960년 철수하게 된다. 물론 국외로 생산 거점을 옮겨서 럼을 계속 제조했다. 현재는 영국령 버무더나 바하마, 프에르트, 리코를 본거지로 하고 있으며, 세계 여러 곳에 증류소를 갖고 있다.

바카디가 사라진 뒤 쿠바의 대표 럼으로 자리 잡은 것이 아바나 클럽(Havana Club) 이다. 이 럼 역시 조금 복잡한 사연을 갖고 있는데, 미국 외의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쿠바산 아바나클럽과 미국에서 판매되는 푸에르토리코산 아바나클럽은 동명의 다른 브랜드다. '아바나클럽 인터내셔널'에서 생산하는 게 쿠바산이고, 또 다른 아바나클럽은 바카디사가 생산해서 미국에서 팔고 있다.

한국인들이 쿠바에 가면 보통 한두 병의 아바나 클럽을 사오기 마련인데, 럼 좀 아는 사람들은 산티아고 데 쿠바(SANTIAGO de CUBA)를 사라고 권하기도 한다. 아바나 클럽보다는 바카디 맛에 더 가깝다나? 아바나 클럽이든 산티아고 데 쿠바든 가격은 별로 비싸지 않다.

인구 1,100만 명, 세계 79위에 불과한 나라치고는 음주문화가 꽤 발달한 곳이 쿠바다. 맥주도 부카네로(Bcanero)와 크리스탈(CRISTAL) 등 두 종류가 있다. 부카네로는 흑맥주에 가까워서 맛이 진하고 크리스탈은 비교적 부드럽게 넘어간다. 음식점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음료를 옵션으로 고르게 돼 있는데, 나는 매번 크리스탈을 선택했다.

음악을 들으며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고 있다.

쿠바에 술 문화가 발단한 것은 ‘음주가무’라는 말처럼 노래와 춤이 발달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또 서구의 피지배자로, 노예로 살아온 고난의 시간을 술로 견뎠다는 증거도 될 것 같다. 사회주의 국가가 무슨 술을 그리 많이 마시느냐고? 그런 생각이야 말로 편견이다. 이데올로기가 모든 삶의 양태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신나게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며 살아가고 있다.


이호준 sagang@mediaso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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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시인.여행작가.칼럼리스트 sagang@mediasoom.co.kr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지중해를 걷다><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안부><자작나무 숲으로 간 당신에게> <나를 치유하는 여행> 등의 여행서, 산문집과 캘리그래피 시집 <사랑은 저 홀로 아름답고>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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