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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떼! 네팔9] 네팔의 고아원에는 고아가 없다?!

기사승인 2016.12.22  15: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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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 있을 때 내가 일하던 단체에서 몇 명의 고아들을 지원해주고 있었다. 이 아이들은 한국의 한 단체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 있었던 아이들인데, 그 단체가 사업을 철수하게 되면서 아이들이 오갈 곳이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갈 곳이 생겼는데, 몇몇 아이들은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내가 일하는 단체의 이사가 데려왔고, 그 단체에서는 학비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내가 네팔에 도착한 지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그 아이들 중 하나가 병원에 입원했는데 병원비를 보조해 달라며 연락이 왔다. 연락을 한 사람은 그 아이를 맡아서 기르고 있는 사람으로, 아이의 친부모님과 친했던 분이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분들이 아이의 양부모였던 셈이다.

그런 연락을 받은 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 뒤, 다른 고아 아이들을 만나러 갔다. 아이들은 모두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일본 이름을 가진 국제학교였다. 단체에서 지원하는 비용으로는 학비로도 충분하지 않을 텐데 국제학교에 다닌다고?

찜찜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났다. 역시 아이들과 상담을 해 보니 뭔가 이상하다는 예감이 모두 맞았다. 모든 아이들이 자기를 돌봐 줄 가족이 적어도 한 명 이상 있었고, 심지어 한 아이는 가족이 모두 다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이 카트만두 근교에 3층짜리 집까지 가지고 있었다.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직원들에게 “이런 아이들이 고아가 맞느냐”고 다시 물었다. 대답은 한결같이 “고아가 맞다”는 것이었다. 내가 재차 고아란 부모님이 안 계시고 본인을 돌봐줄 가까운 친인척이 전혀 없는 어린 아이들을 얘기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도 이들의 대답은 같았다. 이들의 주장을 전혀 납득할 수는 없었지만 네팔의 상황을 제대로 알 지 못한 상태였으니 더이상 뭐라고 얘기할 수도 없어, 그때는 이 단체만의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그 뒤 스페인 친구가 일하고 있는 단체의 고아원을 방문할 일이 생겼다. 그런데 거기서 또 똑같은 얘기를 듣게 되었다. 그곳에 있는 아이들 대부분이 가족이 있어서, 주말마다 집에 간다는 것이었다.

결국 네팔의 고아원에 머무르고 있는 아이들 대부분이 ‘가짜 고아’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UNICEF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약 16,000명의 아이들이 네팔 전역의 고아원에서 지내고 있는데, 이들 중 85%는 적어도 한 부모가 살아있는 가짜 고아들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네팔에는 왜 이렇게 가짜 고아들이 많이 생긴 것일까?

네팔은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여년간 심각한 내전을 겪은 나라다. 그러지 않아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네팔의 경제 사정은 내전으로 더 악화됐고, 특히 시골에서는 아이들이 큰 희생양이 되었다.

시골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징집되지 않도록 마을에서 멀리 벗어나 지내기를 원했고, 이들 부모들의 바람을 교묘히 이용하여 도시에서 잘 먹이고 좋은 학교에서 교육을 받도록 해 주겠다고 속여 아이들을 고아원으로 데리고 오는 이들이 생겨났다.

인신매매범들은 이렇게 시골에서 데려온 아이들을, 외부에서 지원받기 쉽고 관광객들이 많은 도시에 차려 놓은 고아원에 등록시켰다. 이렇게 하여 네팔의 고아원에는 부모가 생존해 있거나 자신을 돌봐 줄 가족이 있는데도 ‘고아’로 등록돼 있는 아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일단 아이들이 고아원에 등록이 되면, 인신매매범이나 고아원 운영자들은 이 고아들을 내세워 외부로부터 지원을 받거나 네팔 물정을 모르는 외국인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한다. 고아원의 90% 정도가 카트만두나 포카라 등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에 모여 있다. 또 네팔에서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외국인들에게 이런 고아원에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알선하는 업체들도 다수 있다.

고아원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나 자원봉사자들은 고아원의 열악한 시설과 환경에 마음이 아파서 자신이 가진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하여 모금활동을 한다. 그러나 실제로 모금된 돈이 아이들을 위해 쓰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인신매매범이나 악덕 고아원 운영자들에게 이 아이들은 그저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14년에는 ‘해피 홈 (Happy Home)’이라는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학대하고 착취한 사건이 세상에 알려져, 운영자인 비쇼 아르차랴 (Bishwa Archarya)가 아동 방임에 대해 유죄 판정을 받았다. 이 사건도 해피 홈 고아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외국인들이, 자신들이 모금하여 전달한 금액이 상당함에도 아이들의 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의심을 하게 되면서 알려지게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네팔에서 고아원은 가난한 시골 가정과 상대적으로 부유한 외국인들을 농락하고 기만하는 사업 모델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선량한 외국인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동 인신매매에 가담하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네팔에서 운영되는 고아원 중 매우 양심적이고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곳들도 많고 실제로 고아인 아이들도 있다. 또한 부모가 다 있다고 해서 고아원보다 상황이 반드시 좋은 것만도 아니다.

다만, 네팔의 고아원을 후원하거나 고아원에서 자원봉사를 생각하는 이들에게, 네팔에는 가짜 고아들을 데리고 사업을 하는 비양심적인 고아원들이 많으니 면밀히 검토해 보기 바란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김설미 smkim@mediasoom.co.kr

<저작권자 © 미디어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김설미 기자 smkim@mediasoom.co.kr

오늘보다 내일이 나은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며 세상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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