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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절없이 그리운 날엔 섬으로 갔다

기사승인 2016.12.27  10:5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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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섬에는 바람이 분다.
폭풍주의보가 내리고 여객선은 모두 발이 묶였다.
고립이 깊어지는 겨울 섬.
섬도 외롭고 나그네도 외롭다.
그래도 기댈 곳은 섬 밖에 없으니
나그네는 그저 섬을 걷고 또 걷는다.

<속절없이 그리운 날엔 섬으로 갔다>

바람 부는 날에는 섬으로 갔다.
바람 잔잔한 날에도 섬으로 갔다.
슬픔이 목울대까지 차오른 날에도 섬으로 갔다.
기쁨이 물결처럼 너울져오던 날에도 섬으로 갔다.
속절없이 그리운 날에도 섬으로 갔다.
오갈 데 없는 날에도 섬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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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다 저문 저녁에도 섬으로 갔다.
술이 덜 깨 숙취에 시달리던 날에도 섬으로 갔다.

칼바람이 온몸에 칼자국을 내던 겨울 한 낮에도 섬으로 갔다.
먹구름이 밀물처럼 몰려오던 날에도 섬으로 갔다.
싱그럽고 뜨겁고 헛헛하던 봄, 여름에도, 가을에도 섬으로 갔다.
실연의 상처가 덧나 심장이 뻥 뚫린 날에도
상처에 새살이 차올라 심장이 간질간질 하던 날에도 섬으로 갔다.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없었던 날에도 섬으로 갔다.
내가 다시 나를 용서하기로 한 날에도 섬으로 갔다.

인생이 나를 저버린 날에도 섬으로 갔다.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한 날에도 섬으로 갔다.
한 달 동안이나 아무도 나를 불러주는 이 없던 날에도 섬으로 갔다.
그 절망의 밑바닥에서 상현달처럼 다시 사랑이 차오르던 날에도 섬으로 갔다.
그 수많은 생애의 날에 나는 섬으로 갔다.


강제윤 editor@mediasoom.co.kr

<저작권자 © 미디어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강제윤 시인/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editor@mediasoom.co.kr

섬을걷다, 자발적 가난의 행복, 보길도에서 온 편지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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