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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산티아고 순례길9] 길 위에서 들은 민중총궐기 소식

기사승인 2016.12.28  10: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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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로 가는 순례길을 준비하며 그냥 40일간 걷고 기도하고 명상하고 성경 읽고 글을 쓰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근데 막상 걷기 시작하니 예상하지 못했던 발병으로 모든 것이 하나로 집중되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발이 아픈 것을 넘어 40일을 잘 걷는 것 하나라도 해낼 수 있기를요. 삶이 그렇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만나 함께 출발한 4명의 길 친구들이 모두 자기 페이스를 찾아 헤어지게 될듯합니다. 이미 둘은 앞서거나 뒤에 오고 있고 이틀간 순례자들이 없는 겨울 까미노를 함께 페이스를 맞춰 걸어온 큰 희연씨도 일정 때문에 내일은 먼저 보내야 할듯합니다.

또 가다가 삶의 길에서 만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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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롯이 홀로 걷는 길이네요. 아무도 없는 길을 혼자 걷다가 쓰러지면 순례길에서 순교하는 것이 되는 건가요? 다시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 봅니다. 발이 아픈 건 일단 짐이 너무 무거운 탓이 크다 여겨집니다.

그게 내가 사는 모습이지요. 그렇게 살았습니다. 또 대충대충 구체적인 준비 없이 살아온 모습도 보이구요. 계획을 세워 잘 준비했으면 이 짐을 반으로 줄일 수도 있었지요. 10kg 이내로 짐을 싸라는 충고도 뭐 그쯤이야 생각한 거구요. 잘 듣지 않은 겁니다. 이런 삶의 실수를 다시 봅니다.

그저 산티아고 길을 긴 트레킹 코스로 걷기 운동 삼아 가볍게 온 그녀가 부럽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마을 바이아나 언덕에 있는 멋진 알베르게에서 석양을 맞고 또 까미노에 나서 일출을 맞습니다. 바이아나에서 대도시 로그로뇨로 나오는 길은 고속도로와 국도와 함께 나란히 가는 까미노입니다. 바이아나에서 묵은 덕에 로그로뇨에 낮에 도착해서 약국에도 들르고 생필품도 구할 수 있었네요.

하지만 이젠 도시에만 들어서면 빨리 벗어나고 싶습니다. 로그로뇨를 벗어나자 멋진 호수공원이 기다리고, 우리는 스페인의 유명한 포도주 지역인 리오하로 접어들었습니다. 마침 스페인의 연휴라 공원에 소풍 나온 가족들이 많았고 우리는 서로 서로 "올라"라고 인사하고 "부엔 까미노(좋은 순례길!)"라고 축복을 받습니다.

어떤 가족은 지나가는 우리를 붙잡고 포도주를 권하기도 하구요. 까미노 길에 있는 마을과 사람들의 정이 깊습니다.

스페인의 12월 날씨가 이상합니다. 우기고 겨울이라 염려했는데 낮밤의 일교차가 심해서 그렇지 낮에는 구름 한 점이 없는 한여름 날씨랍니다. 발이 좋지 않지만 비가 오지 않고 춥지 않은 것은 은혜네요. 다행입니다.

많이 지칠 즈음 한 여름 같은 햇살을 피해 그늘을 찾아 잠시 쉬어 땀을 식히고 준비한 도시락과 간식으로 점심을 하고 일어나면 어느새 원기 충천입니다. 오늘도 발이 아파 먼 길을 걷지는 못했지만 걸음의 감사와 기쁨은 가득입니다.

내일 또 하루를 걸어야지요. 내일 돌아가도 후회 없는 길을요. 지금 나바르네트 알베르게 바깥은 산토 도밍고 스페인 축제로 떠들썩합니다. 밤새 그럴 모양입니다.

멀리서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12월15일 한국에서 있었던 민중총궐기 소식을 잠시 접합니다. 토론토에서도 연대하여 시청 앞에서 복면 시위를 한 소식을 보았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성령의 바람 안에서 이루어지는 정의와 평화와 기쁨입니다. 그 거침없는 강물에 물줄기를 대는 토론토의 바람! 또한 감격스럽습니다.

"여호와는 자기를 의지하고 마음이 한결같은 자에게 완전한 평안을 주신다."(이사야 26:3)

여호와는 'I AM That I AM'이라고 하셨지요. 나는 나, 스스로 있는 자가 그의 이름입니다. 완전한 평안은 세상과 남이 아닌 그 '나(I AM)'를 의지하고 마음이 한결같은 자에게 있습니다.

(20151205 #산티아고 9일 599.8km 바이아나 - 나바르네트)


오동성 eastsain@chol.com

<저작권자 © 미디어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오동성 eastsain@chol.com

목사, 2004년 캐나다 토론토로 이주해 목회와 공동체 일을 해왔고 지금은 토론토의 한인 양로원에서 어르신들의 노년을 섬기며 여행과 명상, 일상생활을 통해 길 위에서 하늘을 보고 나를 찾아가는 안내를 하며,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세월호를 기억하는 토론토 사람들>과 함께 유가족과 연대하여 세월호 진상규명과 그를 통한 안전한 사회를 세우는 일에 힘을 다하고 있다.
· 저서 : 지금 여기 그리고 당신과 함께, 다른 우리
· 역서 : 칼릴 지브란 예언자, 나마스테
https://www.facebook.com/easts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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