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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다이어리 15]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上)

기사승인 2017.01.09  10: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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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에서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과 함께 했던 밤은 뜨거웠다. 그리고 행복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전하기 전에 무엇이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인지 정확하게 알고 가야할 것 같아 먼저 기록한다.

쿠바 이야기를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Buena Vista Social Club)’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사람들 중 열에 일곱 여덟은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이 정확하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한다. 보통은 영화에서 본 대로 혹은 사전에서 설명하는 대로 ‘5명의 멤버로 이루어진 쿠바의 대표적인 아프로 쿠반(아프리카 쿠바 음악이란 뜻) 재즈 그룹’의 정도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게 ‘정확한’ 혹은 ‘유일한’ 정의는 아니다. 애초에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은 특정 그룹을 지칭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원래 뜻은 1950년대 후반까지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있었던 고급 사교클럽을 말한다. 아바나가 미국이 일군 환락도시로 자리 잡으면서 당시에는 카바레·클럽 같은 사교장이 번성했는데, 쿠바음악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뮤지션들이 이 클럽에서 음악을 연주했다. 이 때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은 '환영받는 사교클럽'이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959년 피델 카스트로 등의 혁명이 성공하면서 음악적 분위기도 바뀌게 된다. 미국사람들이 제 나라로 돌아간 뒤 사회주의 이념을 담은 포크송이 주류를 이루게 되면서 쿠바의 전통음악은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뮤지션들도 더 이상 출연할 무대가 없어지게 되면서 삶의 방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에 보면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오는데, 그 때의 상황이 어땠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은 저 거리에 있을 수도 있고 저 모퉁이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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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이후 음악가들이 이곳저곳으로 흩어지고 세월이 한참 흐른 뒤, 살아있는 이들이 모여앉아 과거의 작곡가들을 찾아야 한다는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다. 그들은 그렇게 역사의 굴곡 속으로 휩쓸려가서 시나브로 잊혀졌다.

그들이 무대 위에 다시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프로듀서 라이 쿠더(Ry Cooder)가 세상에서 지워진 쿠바의 실력파 뮤지션들을 찾아 나서면서부터였다. 1995년 미국의 기타리스트이자 레코딩 프로듀서인 쿠더와 영국의 음반사 월드 서킷 사장 골드가 쿠바 음악가들의 합주를 녹음하기 위해 쿠바를 찾았다. 이듬해 다시 쿠바로 간 쿠더는 흩어져 있던 왕년의 명연주자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허름한 스튜디오에서 6일 만에 라이브로 녹음을 끝냈다. 한 시대를 음악으로 예찬했던 뮤지션들은 음악을 잃은 뒤 기구하게 살고 있었다. 발레학원에서 반주를 하며 어두운 날을 견디거나 구두닦이를 하다가 현장에서 불려가 녹음에 참여한 뮤지션도 있었다.

그때 이미 주요 뮤지션들은 60대였던 오초아를 제외하고 모두 70대 이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내부에서 들끓고 있는 열정까지 버린 것은 아니었다. 시간조차 그들의 꿈과 사랑을 지우지 못했다. 콤파이 세군도였던가? 영화제작 당시 90세였던 멤버는 “여자와 꽃과 연애는 정말 아름답다”는 말로 자신이 여전히 청춘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프로 쿠반 재즈클럽은 이렇게 탄생했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은 쿠더가 혁명 전에 번성했던 옛 클럽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당시 녹음한 앨범은 ‘월드 서킷·논서치’라는 레이블로 세상에 선보였는데, 출시와 동시에 세계적으로 쿠바음악 붐을 일으켰다. 발매 후 뜨거운 주목을 받기 시작한 앨범은 그래미 수상, 빌보드 차트 1위, 600만장의 음반 판매 등 세계 대중음악사에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었고 ‘꿈의 무대’라고 부르는 카네기홀에서도 공연하게 된다. 이브라힘 페레르는 2000년에 72세의 나이로 그래미 신인 예술가 상을 받았다.

1999년에는 독일 영화감독 벤더스(Wim Wenders)에 의해 동명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이듬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 영화는 2005년에 재개봉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한 어조로 쿠바 뮤지션들의 음악 인생을 들려준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멤버들의 성장기와 음악과 인생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쿠바 재즈 특유의 경쾌한 리듬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은 보너스를 받은 것처럼 행복하다.


2017년 현재 다큐에 나온 원년 멤버들 중 꼼바이 세군도나 이브라힘 페레르 등은 모두 사망했고 생존해 있는 멤버도 무대에 서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 다큐 영화를 찍을 때보다 20년도 더 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드시 ‘영화’에 나왔던 멤버만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뮤지션은 아니다. 꼼바이 세군도든 아브라임 페레르든 이름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들과 함께 무대에 섰거나 뒤를 이어 나타난 발군의 뮤지션들이 끊임없이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그들을 통해 면면이 이어오는 쿠바의 음악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은 특정 그룹이나 클럽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쿠바의 전통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하는 모든 그룹의 이름이다. 또 그들이 공연하는 불특정 클럽을 그렇게 불러도 망발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진정으로 즐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대명사이기도 하다.

<참고자료 : 네이버 두산백과>


이호준 sagang@mediaso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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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시인.여행작가.칼럼리스트 sagang@mediasoom.co.kr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지중해를 걷다><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안부><자작나무 숲으로 간 당신에게> <나를 치유하는 여행> 등의 여행서, 산문집과 캘리그래피 시집 <사랑은 저 홀로 아름답고>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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