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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조동진, 거룩했던 공연 '행복한 사람'

기사승인 2017.09.17  10: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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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의 꿈의 작업 2017 -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 전시. 2017.09.17.

지난 16일 저녁 한전아트센터. 영상 속 조동진(1947~2017)은 말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공감하고 호흡하고 경험하는 순간은 늘 저에게 기적과도 같아요. 그런 기적을 이루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하시죠."

고인의 생전뿐만 아니라 그의 빈소에서도 나지막하게 울려 퍼져 많은 이들을 위로한 '행복한 사람'의 전주가 나왔다.

밴드 마스터 박용준의 음성을 시작으로 장필순·한동준·조동희 등 이날 고인을 형님·선배라고 부른 11팀이 모두 무대에 나와 노래를 불렀다. 객석 1000석을 가득 채운 청중 역시 노래를 조용히 따라 부르며 LED 캔들라이트를 켰다.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을 조동진, 그를 여전히 정신적 지주로 여기고 있는 뮤지션들, 고인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팬들이 거룩한 '협연'을 선보인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

이날 열린 '조동진의 꿈의 작업 2017 -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는 조동진을 추모하는 공연이었다. 애초 조동진이 방광암으로 투병 가운데서도 13년 만에 무대에 오르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준비했던 공연이었다.

2시간30분가량 진행된 이날 콘서트는 말 그대로 조동진다웠다. 화려함보다는 음악에 집중한 구성이었다. 무엇보다 무대에 오른 뮤지션 누구하나 울음을 터뜨리지 않고 절제하며 노래했다. 김현철 등 무대 대신 객석을 지킨 하나음악 시절 후배 뮤지션들도 마찬가지였다.

"화려하지 않은 대신에 소박하지만 마음이 담긴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 형님도 바라셨을 것"(장필순)이라는 후배들의 마음이 담백하게 투영됐다.

공연 시작 전 영상에 조동진이 찍은 사진과 함께 그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쓴 글에도 무대에 대한 수수함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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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은 경이롭고도 고요한 피아니즘을 선보인 캐나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의 말을 빌려 "우리가 그토록 꿈꾸었던 그 '경이롭고 고요한 세계'를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이라고 적었다.

굴드는 1962년에 쓴 '박수를 금지하자!'(Let's Ban Applause!)에서 "예술이란 내적 연소"라고 쓴 바 있다.

이날 뮤지션들 역시 조동진이라는 예술가에 헌정하는 예술의 뜨거움을 내적으로 연소시켰다. 조동진의 동생이자 푸른곰팡이 레이블 대표인 조동희는 "오빠"라는 호칭 대신에 "선배"라고 부르며 조동진의 '그'를 시타르 연주와 함께 밴드 사운드로 들려줬다.

그럼에도 조동진의 곡인 '제비꽃'과 '겨울비'를 부를 때 정면 대신에 무대 뒤편을 바라보며 뜨겁게 노래하는 장필순의 모습에서 객석의 마음은 덜컹거릴 수밖에 없었다.

한동준은 장필순, 이규호와 함께 가을의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한 이날 밤 조동진의 대표곡 '나뭇잎 사이로'를 부를 때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장필순의 왼팔이 말없이 그의 등을 쓰다듬었고, 객석 곳곳에서 울음을 참으며 훌쩍대는 소리가 났다.

조동진의 동생인 조동익과 결성한 포크 듀오 '어떤날' 멤버였던 기타리스트 이병우는 게스트로 나와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준 뮤지션이 고인이라고 했다. 그의 세션 시절에 연주한 곡을 들려준 이병우는 "형님이 돌아가신 날 가까운 분이 용이 승천하는 꿈을 꿨는데 용의 얼굴이 형님의 얼굴이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공연은 조동진이라는 음악의 명기(名器)를 답습하기보다 각 뮤지션, 팬들과 조우하려는 근육의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 자리였다.

로비에서는 조동진의 연대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조동진이 20년 만인 작년에 내놓은 6집이자 유작 앨범이 된 '나무가 되어'를 들어볼 수 있는 청음코너도 마련됐다. 고인의 앨범들을 뮤지션들뿐만 아니라 음악평론가·문학평론가·시인이 합심해서 엮어낸 박스 세트도 선보였다.

조동진이 세상과 작별하면서 중단될 뻔했던 이번 공연이 진행된 건 팬들의 마음이 컸다. 1981년 조동진으로부터 직접 받은 편지를 들고 빈소까지 찾아와 "공연을 열어달라"고 부탁했던 이들이다.

"2시간30분이 금방 지나가버렸다"는 중년의 부부는 함께 손을 맞잡은 채 공연이 끝난 한전아트센터를 계속 돌아보며 귀가하는 중이었다. 두 사람은 "연애하던 시절부터 좋아했던 뮤지션이다. 그가 떠난 날 얼마나 슬퍼했는지 모른다. 근데 오늘 공연을 보니 참 '행복한 사람'이더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편집국 editor@mediasoom.co.kr

<저작권자 © 미디어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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